...


이별이란..



내가 이별이란 걸 한 적이 있을까..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

함께 쓰던 우산을 내려놓고 떠나보내는

이별의 과정이 있었을까..

마지막 이별은 서로에 대한 존중 없이

분노와 악에 받힌 증오밖에 없었다

모멸감을 주는 언어는 내 입의 가벼움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만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었다..



2013.9.11   



쉼 없이 흐른다..


지독한 가을..


지독하게 가을을 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9월이 7일째 날을 지나고 있지만 벌써 

11월이 두렵고 다가올 겨울이 두렵다..

한낮의 찬물 샤워에 한기를 느끼며 어느새

따뜻한 물이 생각나는 자신을 보며 ..

저만치 내려놓았던 두려움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 두려움의 근원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러기에 더 외면하려 하는 것이겠지..


하루하루 가을이 깊어감을 온몸으로 느낄수록

가슴을 죄어오는 먹먹함은 그 깊이를 더해간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더 그런 것일지도..

4년만인가..

아니 어쩌면 마지막 가을을 고통스럽게 보낸

기억이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그 가을 바라봤던 단풍이 물든 숲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리라..

변한 건 단 하나 나 자신뿐..

감정의 깊은 숲속으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들 또한 그 길을 함께 가고 있는거겠지..

어쩌면 조금 앞서서 걸으며 내게 어서 따라오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본성은

딱딱해진 굳은살 만큼이나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숨죽이고 있다 때가 되어서 다시 올라오는 것일뿐..


2013.9.7

어둠. 두려움

밝은 대낮의 샤워. 


머리에 물을 뿌리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 두려움의 근원이 어둠인지 다른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두려움을 억누르고 다시 물을 뿌렸다.

그러자 물이 코와 입을 타고 내려오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느낌이 날 억눌렀다.

어둠과 함께 호흡곤란의 공포가 밀려왔다.

물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찾아왔다.

언젠가 생을 마감할 때 그렇게 눈을 감겠지. 

죽음을 앞두고 영원한 어둠을 얼마나 두려워할까..

지금 이순간 30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언젠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화장실의 낮은 천장이 갑자기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어서 몸을 닦고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이 극심하게 밀려왔다.

외로움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어 힘들어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역시 외로움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인가보다..


읽었던 책 로스트 심벌에 나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여자 조연의 연구실로 걸어들어가는

암흑의 공간. 온전히 발끝의 감각에만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 엄습해오는 어둠. 

...



이런

...




...


그리워하기..


뒤돌아보기...


뒷걸음쳐 벗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