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대낮의 샤워.
머리에 물을 뿌리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 두려움의 근원이 어둠인지 다른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두려움을 억누르고 다시 물을 뿌렸다.
그러자 물이 코와 입을 타고 내려오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느낌이 날 억눌렀다.
어둠과 함께 호흡곤란의 공포가 밀려왔다.
물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찾아왔다.
언젠가 생을 마감할 때 그렇게 눈을 감겠지.
죽음을 앞두고 영원한 어둠을 얼마나 두려워할까..
지금 이순간 30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언젠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화장실의 낮은 천장이 갑자기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어서 몸을 닦고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이 극심하게 밀려왔다.
외로움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어 힘들어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역시 외로움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인가보다..
읽었던 책 로스트 심벌에 나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여자 조연의 연구실로 걸어들어가는
암흑의 공간. 온전히 발끝의 감각에만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 엄습해오는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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